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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17, 2020

보호소년들 , 둘레길 걸으며 새로운 삶 찾는다 - 법률신문

gugurbulu.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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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게 힘들지? 프로그램에 참여한게 후회되지 않니?"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제 스스로 끈기 있게 무언가를 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잘 왔다고 생각해요."

앳된 얼굴의 소년들이 250Km에 달하는 지리산 둘레길 위를 힘겹게 걷지만 눈빛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대전가정법원(원장 방승만)은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10박 11일 동안 화개장터와 화엄사를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소년보호 재판 중인 보호소년들과 함께 걷는 '길 위 학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동행자와 함께 250km 걸으며 

다양한 분야 깊은 대화


'길 위 학교'는 보호소년이 동행자와 1대1로 도보여행을 하면서 자아성찰을 하고 긍정적인 삶의 의지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교정·교화 프로그램으로, 전국 법원 중 대전가정법원이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다. 벨기에의 비영리단체인 오이코트(Oikoten)나 프랑스 쇠이유(Seuil) 협회의 순례여행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이 프로그램은 대전가정법원이 대한성공회유지재단과 함께 7년째 진행하고 있다. 처음 '길 위 학교'를 시작했을 때에는 기부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대전가정법원은 보다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2018년부터 법원 내 예산을 편성해 탄탄하게 진행하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10명의 보호소년들이 참여했다. 참여자는 소년담당 판사들이 재판을 진행하면서 비행의 정도가 중하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보호소년들에게 프로그램을 소개 및 제안하고, 보호소년들이 동의하면 최종적으로 선정된다.

선정된 보호소년들은 약 일주일 간 준비과정을 거친다. 법원으로부터 위촉된 청소년쉼터 소속 동행자들이 보호소년들과 걷는 훈련을 하며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10박 11일 간의 여정에 앞서 라포(rapport, 심리적 교류)를 형성한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새로 설정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면 동행자들은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무엇일까?', '나를 격려해준다면?',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등 다양한 주제로 화두를 던져 보호소년들과 보다 깊은 대화를 나눈다. 걷는 동안 보호소년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성취감을 배운다. 또래 보호소년들과 조별로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 단체생활을 하는 방법도 배운다. 4일에는 방 원장을 비롯해 김진선(47·사법연수원 31기)·김형률(50·32기) 부장판사와 김성식(46·36기)·정재익(39·37기) 판사가 보호소년들과 함께 걸으며 이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둘레길 걷기가 모두 끝나면 약 2주 뒤 대전가정법원에서 보호소년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한다. 소년들은 '길 위 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문을 작성하고 소년담당 법관인 김형률 부장판사, 정재익 판사와 대화를 나누며 경험을 공유한다. 보호소년들이 성실히 프로그램에 임하며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재판에서 보호소년들에게 4·5호 처분에 해당하는 '보호관찰'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1호 처분인 '보호자 감호위탁'을 병과해 둘레길을 같이 걸었던 동행자들이 6개월간 보호자로서 사후지도 하도록 해 보호소년들이 무사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올해는 10명 참여

 걷기 끝나면 판사와 경험 공유도


'길 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보호소년들은 소년범죄가 재범률이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보호소년들에 비해 재범률이 낮은 편이다.

대전가정법원 관계자는 "보호소년들이 처음 2~3일 동안은 투덜대면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후반기에 가면 오히려 성취감을 느끼면서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려는 모습은 보인다. 다른 법원에도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프로그램을 상시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는데 예산이 많이 드는 등 어려움은 다소 있지만 노력 중이며, 보호소년들을 위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법률로 제도화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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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7, 2020 at 05:4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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