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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0, 2020

[비즈 칼럼] 지재권 보호는 공정경제의 문제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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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과 교수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과 교수

한때 우리나라에는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 범죄에 관대하게 대처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이 분명하지만 살인이나 강도와 같은 범죄보다 겉으로 드러난 폭력성이 약하다는 이유였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과 지식재산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술과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탈취하는 행위에 대해선 그 심각성을 덜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의 불모지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은 기술개발과 창작에 얼마나 투자하고, 지식재산을 얼마나 보호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영업비밀·특허·콘텐트 등 지식재산을 다른 어느 곳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불공정 행위에 관대하게 대처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종국적으로 경제 활력을 잃게 한다. 32년 전인 1988년 미국에서 ‘세기의 소송’이 벌어졌다. 한쪽엔 애플, 다른 한쪽엔 마이크로소프트와 휼렛패커드가 있었다. 당시 5억5000만 달러 규모의 저작권 침해소송은 6년간 지속했다. 이 기간 미국에서 자국 기업 간 분쟁이란 이유로 소송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국내에서도 지식재산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기술탈취다.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기술과 노하우를 창출한다. 이런 것을 부정한 방법으로 탈취하면 기업의 경쟁력과 공정경제 생태계가 망가진다. 정당한 지식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누구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 영업비밀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 3년간 관련 사건은 2000건 이상 발생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만 봐도 233건에 달한다.
 
정부와 국회는 세계적인 추세를 받아들여 부정경쟁방지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손해액의 최대 세 배까지 배상)와 자료제출 명령제를 도입했다.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형벌을 기존의 10년 이하 징역에서 1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했다. 친고제 조항도 폐지해 당사자의 고소·고발이 없어도 지식재산권 침해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지식재산권 침해와 손해액 입증에 필요한 상대측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지 않는 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법원으로 달려가는 국내 기업은 더 많아질 것이다.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현지 법원은 지난 2월 무전기 사업체인 모토로라솔루션과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 간 영업비밀 침해사건에서 7억650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지난해 5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탈취한 XTAL에게는 8억4500만 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두 사례 모두 전직 직원들이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기술자료를 훔쳐 새로운 회사에 적용해온 것에 대해 법원이 엄벌을 내렸다.
 
최근 우리나라도 주요 선진국과 같이 지식재산 소송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기업의 권리행사가 공정하고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에 앞서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진정한 국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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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0 at 08:0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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