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에서 과도한 경찰력 사용에 대한 비난과 경찰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경찰의 과잉 진압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8일에도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13세 자폐 소년을 진정시키려고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아이에게 수 차례 총을 쐈다. 이달 초엔 뉴욕 주 로체스터에서 지난 3월 정신병력의 벌거벗은 흑인 남성의 얼굴에 그물망을 씌웠다가 이 남성이 질식한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왜 미국에선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경찰관 면책 보호 조항'
9일 포인터 인스티튜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과도한 경찰력의 저변엔 경찰관을 민사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면책 보호 조항(Qualified Immunity Protection)’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조항은 흑인 인권 운동이 활발했던 1967년 미 연방 대법원이 경찰관과 정부 관리를 시시콜콜한 소송으로부터 보호하려고 도입한 것이다. 당시 흑인 사제를 포함한 미 성공회 사제들은 미시시피 주 잭슨시 버스터미널에서 경찰의 제지에도 백인 전용(專用) 커피숍에 들어가려다가 공공의 안녕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이후 경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관으로선 체포를 안 해 법 집행의 의무를 태만히 할 것이냐, 체포를 해 소송에 휘말리느냐는 불운(不運)에 처했다”며, 이 조항을 도입했다.
이후 이 면책 보호 조항의 적용 범위는 계속 확대됐다. 1986년 미 대법원은 “이 조항은 명백하게 무능하거나 고의로 법을 어긴 경우가 아닌 모든 공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항 옹호자들 “생사를 가르는 순간적 판단에 필수적”
옹호자들은 “이 조항이 있어야, 적법 절차에 따라 범인 진압에 나선 경찰이 민사상 책임을 의식하지 않고, 순간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포인터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 대법원은 거의 매년 한 건 이상의 이 경찰관 면책조항을 둘러싼 소송을 다뤘지만, 거의 모두 경찰 편을 들었다.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고도, 거의 기소조차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7년 모두 1147명이 경찰관에 살해됐지만, 이로 인해 기소된 경찰관은 13명(1%)에 그쳤다.
◇미 민주당 “경찰 면책보호조항 없애자”
그러나 이 조항이 과도한 경찰력 사용의 ‘보호막’이 되면서, 현재 미국 하원의 민주당이 내놓은 경찰개혁안의 핵심은 바로 이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다. 진보적 시민 인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경찰에게 정부의 부당한 수색·체포·압수를 금지한 미 수정헌법 4조의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는 자유(free pass)를 제공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경찰관이 더욱 무력을 행사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콜로라도 주 의회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면책 보호 조항’을 제거한 주(州)가 됐다.
미 대법원에서도 진보적인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2018년 “이 조항은 결국 경찰관에게 ‘먼저 쏘고 그 뒤에 생각해도 된다’고 말하고, 대중에게는 ‘경찰의 명백하게 비합리적인 행동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적이지만 흑인인 클레어런스 토머스 대법관도 “이 조항은 어떠한 역사적 근거도 없고, 판사들이 발명한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미 대법원은 지난 6월15일에도 이 면책 보호조항을 다루기를 거부했다.
이 조항이 존재하는 한, 경찰력의 피해자는 경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가 매우 어렵다. 먼저 배심원에게 경찰관의 무력 사용이 수정헌법 4조를 침해했고 경찰관이 ‘분명하게 확립된 법’을 어기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서 우선 해당 경찰관이 이 조항의 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경찰관의 행동이 합법적으로 승인됐거나 요구될 때, 법원이 헌법·연방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로만 이 조항의 적용을 제한하자는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September 08, 2020 at 11:01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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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총쏘는 미국 경찰의 방탄복 '면책보호조항'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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