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Thursday, August 13, 2020

조정안 무조건 따르라는 금감원·與… "재판청구권 침해" vs "소비자보호 필요" - 조선비즈

gugurbulu.blogspot.com
입력 2020.08.13 15:17 | 수정 2020.08.13 15:40

금융감독원과 여권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금융권 안팎이 들썩이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비자가 분조위에서 결정된 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사는 무조건 이를 따라야 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가 분조위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상품 판매가 크게 위축될 수 있고, 자기책임 원칙도 사라져 결국 소비자를 나태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소비자 측은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선 편면적 구속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서 "금감원 관련 부서가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편면적 구속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루가 지난 12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조정사건의 경우 분조위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 금융사가 수락하지 않아도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하는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선DB
현재 분조위 결정은 권고 사항이라 금융사가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엔 대부분 금융사가 조정안을 수용했지만, 최근 들어 분조위 결정을 거부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우리은행만 받아들이고 신한·하나·대구·씨티·산업은행은 이를 거부했다. ‘원금 100% 반환’을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역시 관련 금융사 모두 수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금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 의원 등은 "최근 금융사들이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고 시간을 버는 행태를 보이거나 아예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분조위 권고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의 언급에 이어 여권에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자 금융권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헌법상 인정되는 재판청구권을 침해받는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한다는 것은 금융사에 재판받을 권리를 포기하라는 뜻"이라며 "이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초 금소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편면적 구속력이 언급됐지만 결국 마지막에 제외됐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 판단도 완전치 않을 수 있어 3심 제도가 보장돼 있는데, 금감원 권고가 100% 맞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무조건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소액 분쟁조정사건에만 도입된다 해도 손실이 나면 무조건 금감원 분조위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에 실패해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투자 전 소비자 스스로 꼼꼼하게 살펴볼 요인이 사라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를 나태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금융 관련 사고를 모두 금융사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보이스피싱을 당한 소비자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피해를 물어주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금융권은 "보이스피싱범을 잡아야 하는 직접적 책임이 있는 경찰도 가만히 있는데 아무 잘못 없는 금융사가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는 것은 과하다"며 반발했다.

소비자 측에선 금융 취약계층 보호와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감원 분조위 결정이 권고에 지나지 않다보니 금융사들은 이를 ‘종이 호랑이’ 취급하고 있다"며 "구속력 없는 분조위 결정은 형식상 존재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 분쟁조정 사건의 경우 대부분 금융 취약계층인데다 소송 비용 등을 부담하고 나면 원금조차 건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보다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사 입장에선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완전한 상품을 설계하게 돼 결과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t's block ads! (Why?)




August 12, 2020 at 11:17PM
https://ift.tt/2Fb0eT9

조정안 무조건 따르라는 금감원·與… "재판청구권 침해" vs "소비자보호 필요" - 조선비즈

https://ift.tt/2XWAW2l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