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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0

전 세계 여성과학자들, “남극반도 보호하라” - Science Times

gugurbulu.blogspot.com

전 세계 주요 여성 과학자 280여 명이 서남극반도를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남극 반도(Western Antarctic Peninsula)는 혹등고래와 밍크고래, 턱끈펭귄과 아델리펭귄, 겐투펭귄의 서식지이자, 점박이 물개와 범고래, 큰 도둑갈매기와 슴새 및 크릴새우가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남극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곳이 지구상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 중 하나라는 점이다.

바다 얼음이 작은 지역들까지 덮고 있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빨리 녹으면서 많은 생물종의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이 기울어지면서 여러 종들이 멸종 위험에 처하게 됐다.

상업적 어획과 각종 연구 활동, 관광 등 다양한 인간 활동으로 인한 누적된 위협이 기후변화와 결합돼 이런 불균형을 악화시키고 있고, 결정적인 티핑 포인트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호주 시드니 생명환경과학대 캐롤린 호그(Carolyn Hogg) 박사를 비롯한 여성과학자들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기고한 논평에서 이런 생태계 위협을 지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이 논평에는 스템(STEMM) 이니셔티브의 ‘귀향(Homeward Bound)’ 프로그램에 참여한 최대 규모의 남극반도 여성 탐험대 등 280명 이상의 여성 과학자가 공동으로 서명했다.

남극반도(왼쪽 위 원). 남미와 가장 가깝고 아름다운 풍광과 풍부한 생태계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생태계 보존을 위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Wikicommons / Gi

“위험이 누적되면 재앙”

논평 저자 중 한 사람인 캐롤린 호그 박사는 2019년 말 스템 이니셔티브의 ‘귀향’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스템 이니셔티브는 대학이나 기관에서 여성들이 과학기술과 공학, 수학 및 의학분야(STEMM)에 진출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교육 계획으로, 이번 원정대에는 스템을 이끄는 전 세계 주요 여성과학자들이 참여했다.

‘귀향’ 프로그램은 ‘스템 분야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높여 지구를 위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계획이다.

서남극반도에서 호그 박사는 이 지역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함께,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토착 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귀향’ 프로그램을 통해 남극 대륙에 관한 과학과 남극의 보존 및 관리에 대해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남극대륙과 관련한 인류 역사에서 여성은 크게 소외돼 남성 위주의 영웅적 이야기만 가득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현재도 여성 과학자들은 소수만이 남극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호그 박사는 “이제 지구가 직면한 많은 위협을 완화하려면 지구적 의사 결정에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시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책에는 10월 19일 남빙양 자원을 공동 관리하는 정부 간 회의에서 논의 예정인, 남극반도 주변 해양보호구역 비준이 포함된다”며, “이 지역은 여러 가지 위협을 받고 있어 개별적으로 잠재적인 문제가 있으나 위험이 누적되면 재앙이 된다”고 지적했다.

남극 대륙에 간 최대 규모의 여성 탐험대인 ‘홈워드 바운드 코호트4’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 Will Rogan

크릴새우 감소, 전 생태계에 영향

남극반도 해역에는 남극 크릴새우의 70%가 서식한다. 이 크릴새우군은 기후변화 외에도 상업적 어획으로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크릴 어획량이 역사상 세 번째로 많았다. 약 40만 톤이 잡혀 오메가3 건강보조식품과 어분으로 사용됐다.

논평 공동 저자인 미국 콜로라도대 카산드라 브룩스(Cassandra Brooks) 박사는 “비교적 적은 양의 크릴 어획이라도 특정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에게 민감한 시기에 일어나면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펭귄이 번식할 때 새우를 잡으면 먹이 섭취량이 줄어들어 이후의 번식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며,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이런 독특한 생태계와 야생동물을 보존, 보호할 수 있고, 이는 지금 곧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서남극반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20년 2월의 기온이 기록적인 섭씨 20.75도에 이르렀고, 이 달의 평균 1일 기온은 지난 70년 동안의 평균기온보다 2도나 높았으며, 이 지역 빙하의 거의 90%가 빠르게 퇴빙되고 있다.

이와 함께 2016년 봄의 바다 얼음 수준은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에 도달했으며, 탄소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면 50년 이내에 바다 얼음 면적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빙붕의 양은 4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바다 얼음이 줄어들면 얼음을 피난처로 활용하면서 얼음이 끌어들이는 조류(algae)를 먹이로 사용하는 크릴 애벌레와 어린 개체군들이 감소하게 된다.

또 기후가 더 따뜻해지고 바다 얼음이 줄어들면 침입 종이 들어올 수 있는데, 이 침입 종들은 관광객을 실은 배나 국제 선박을 통해 유입이 가능하다.

남극 크릴 새우의 생물지화학적 사이클을 묘사한 그림. 남극반도 해역에는 남극 크릴새우의 70%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Wikicommons / E.L. Cavan, A. Belcher, A. Atkinson, S. L. Hill, S. Kawaguchi, S. McCormack, B. Meyer, S. Nicol, L. Ratnarajah, K. Schmidt, D. K. Steinberg, G. A. Tarling & P. W. Boyd

지속적인 관광과 연구 흔적의 폐해

관광이 남기는 흔적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남극반도는 남미와 가까운 데다 풍광이 아름답고 해양 생태계가 풍부해 남극 대륙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관광객 수는 2009년 3만 3000명에서 2019년에는 7만 4000명으로 늘어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논평 공저자인 호주 퀸즈랜드대 저스틴 쇼(ustine Shaw) 박사는 “왕래하는 선박들이 미세 플라스틱과 기름 및 선박 소음으로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쇼 박사는 “안전하고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여행을 옹호하는 국제남극여행사업자협회(IAATO)는 크루즈 선과 관광객들에게 지침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 협회 회원이 아니면서 500명 이상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이 지역을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부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데이터와 지식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연구 활동 역시 잠재적으로 남극반도의 민감한 환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극반도는 남극 대륙에서 가장 밀집된 18개 국의 과학 기지가 자리 잡고 있어 새로운 기지가 생기거나 시설이 확장될 ‘염려’가 상존하고 있다.

과학적 노력은 토착 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나,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쇼 박사는 “연구 시설의 건물과 인프라가 야생동물과 식생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극반도에 있는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의 연구 기지 모습. 저자들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연구 기지 확장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 Carolyn Hogg

남극반도 보호를 위한 세 가지 방안

저자들은 남극반도 보호를 위해 먼저 남극반도 해역을 해양보호구역(MPA, Marine Protected Area)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이끄는 보호구역 지정 문제는 남극해 공동 관리 정부 간 그룹인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가 19일 시작하는 2주간의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MPA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상업적 어획을 줄여 먹이사슬을 보존하고 주변 지역의 미래를 위한 더욱 큰 지속가능성 보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극 남부 로스(Ross) 해에 대한 유사한 MPA가 2016년 10월에 동의된 바 있다.

두 번째 제안은 육상 지역 보존이다.

남극 대륙에서는 얼음이 없는 지형의 1.5%만 공식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호되지 않는 많은 토지는 연구 시설이나 관광 지역에 인접해 있어 오염이나 외래 종 침입과 같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저자들은 더 넓은 범위의 다양한 지역들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호그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협약(the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당사국들은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토지의 17%를 보호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며, “이것은 남극에서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세 번째 제안으로 보존 노력의 통합을 제시했다. 보존 노력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상호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쇼 박사는 “국제남극프로그램관리자협의회(COMNAP, The Council of Managers of National Antarctic Programs)는 연구 인프라 확장을 제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여행사 단체인 IAATO와 남극조약 당사국들은 관광 활동을 더욱 잘 관리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하고, “모든 여행사가 IAATO 회원 여부에 관계없이 IAATO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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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8, 2020 at 04:5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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